일본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후, 뇌리를 떠나지 않았던 질문 중 하나.
왜 큐슈(九州)이고, 시코쿠(四国)인가. 큐슈는 아래 지도에서도 알 수 있듯, 40(福岡県), 41(佐賀県), 42(長崎県), 43(熊本県), 44(大分県), 45(宮崎県), 46(鹿児島県)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큐슈가 아니라 나나슈 혹은 시치슈(七州)로 지칭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시코쿠는 36(徳島県), 37(香川県), 38(愛媛県), 39(高知県)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숫자 상으로는 일치하지만, 왜 혼슈(本州), 큐슈의 슈(州) 대신, 코쿠(国)로 지칭하는가. 国는 나라가 아니던가.
위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고대 일본의 지방 행정 단위를 살펴보아야 한다.
일본 최초의 통합 정권, 야마토 정권이 645년 다이카 개신(大化改新)부터, 701년 대보율령(大宝律令) 1 제정 사이 점진적으로 정비해 나간 지방 행정 단위를 令制国(りょうせいこく)라고 하며, 이는 전 국토에 걸쳐 시행된 최초의 지방 행정 편제이다. 이후 가마쿠라 막부가 성립하고, 무사정권이 지속되면서 令制国는 명목상 제도로 전락하였으나, 전통 문화가 잘 보존된 일본답게 令制国에서 사용한 지방명칭은 지금도 살아남아 있다. 2
- 信越本線:信濃와 越後를 지나는 노선으로, 信濃에서 信, 越後에서 越을 따 명명되었다.
- 房総半島:安房와 下総에 위치한 반도로, 安房에서 房, 下総에서 総을 따 명명되었다.
- 日向夏:아래 사진의 과일로 현재의 宮崎県에서 재배가 처음 시작되었다. 宮崎県은 令制国에서 대부분 日向国에 속해 있었던만큼, 日向国에서 여름에 수확하는 과일이라는 의미를 담아 日向夏라는 이름을 붙였다.
令制国의 영향은 일본어에도 남아있다. 令制国의 기본 단위는 国이며, 예를 들어 日向国는 「ひゅうがのくに」로 읽는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어사전에서 国를 찾았을 때, '고향'이라는 뜻이 실려있고, '고향에 돌아간다'의 가장 자연스러운 일본어 작문은 「故郷に帰る」나 「郷に帰る」가 아닌, 「国に帰る」이다.
각설하고, 위의 令制国 지도를 다시 한 번 살펴보자. 큐슈의 国는 肥前、肥後、筑前、筑後、豊前、豊後、日向、薩摩、大隅로 9개, 四国의 国는 伊予、阿波、土佐、讃岐로 4개다. 이로써, 숫자와 관련된 의문은 해결되었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 国의 개수를 섬의 명칭으로 삼았다면, 왜 큐코쿠(九国)가 아닌, 큐슈(九州)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州=国」이므로, 国를 州로 바꾸어 불러도 의미 상 차이는 없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 메이지 유신을 이끌었던 두 한(藩), 사츠마한(薩摩藩)과 초슈한(長州藩)의 유래를 살펴보자. 사츠마한과 쵸슈한의 이름은 사츠마한의 본거지 鹿児島가 薩摩国에 있었고, 쵸슈한의 본거지 萩가 長門国에 있었던 사실에서 비롯하였다. 사츠마한의 별칭이 薩州藩, 초슈한의 별칭이 長門藩이었던 것을 시야에 넣는다면, 薩摩国에 위치한 薩摩藩=薩州藩, 長門国에 위치한 長門藩=長州藩의 공식이 성립하며, 州와 国가 혼용 가능한 개념이었임을 이해할 수 있다. (단, 일반적으로 사츠마한, 초슈한이 별칭에 비해 많이 사용되었을 뿐이다.)
다시 각설하고, 큐코쿠(九国)가 아니라 큐슈(九州)인 이유를 살펴보자. 본인이 알고 있는 한, 명쾌한 답은 아직까지 제시되지 못했다. 그러나, 큐코쿠에 비해 큐슈가 발음하기 쉽고, 큐코쿠로 발음하면 旧国와 혼동될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이 가설로 제시되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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