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i Final 이전]
1. 올해 참가 곡 수준이 전반적으로 올라갔다. 작년까지만 해도 수준 차이가 확연했었는데, (Eurovision 2014의 폴란드가 대표적. 섹스 어필이 없었다면 어찌하여 그 곡이 파이널에 올라갈 수 있었겠는가.) 올해는 핀란드와 영국, 오스트리아, 독일를 제외하면 중박은 친다.
2. 과연 위 곡 중에서 Final에 진출할 곡을 골라낼 수 있을까. Eurovision에서 투표는 음악성만으로 이루어지기 보다, 정치・지리적 요소, 퍼포먼스가 결합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혹시 Final에 진출하지 못했다고 해서 올해 출연한 아티스트들이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원래 음악에 순위를 매긴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3. Eurovision 2014 에서 벌어진 논란 중 하나는 러시아 대표만 나오면 야유를 보냈던 관객의 태도를 어찌 평가해야 하는 지에 관한 것이었다.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가 직접적인 도화선이었는데, 행사가 끝난 후에도 온라인에서 상당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1
비판적 입장에 선 사람들은 '문화 행사에 정치를 끌고 들어오는 것이 옳은가.', '러시아 대표는 17살밖에 되지 않은 소녀였는데, 자신과 관련없는 일 때문에 야유를 받았으니, 내심 얼마나 상처받았겠는가.'고 지적한다. 반면 옹호하는 입장에 선 사람들은 '개인 자격으로 참가한 것이 아니라, 국가를 대표하여 참가한 만큼 국가를 향한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유럽인이 러시아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러시아 국민들이 Eurovision을 보고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직접 연관되지 않은 필자에게는 러시아를 향한 야유가 좋게 보이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정치와 문화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소견을 갖고 있기도 하고, Eurovisoin의 투표 기준이 음악성이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 및 친소관계로 변질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정치적 입장에서 러시아 대표를 비판하는 것이야말로 모순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와 국민을 분리해서 보려하는 사람도 야유 앞에서는 장사없다. Eurovision의 아시아판 행사 Asiavision이 존재하고, 한국에서 개최된 행사에 일본 대표가 노래를 부르자 관객이 야유를 보낸다면, 일본 내 친한파가 설 자리는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부는 배타적 국민 감정을 무시할 수 없고, 따라서 외교적 해결 방식을 추구하기 더더욱 어려워진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러시아 국민을 유럽으로부터 등돌리게 만드는 행위는 정치적으로 패착에 가깝다. 2
4. 영국은 이제 Eurovison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2000년대 연달아 물먹은 영국은 2011년 회심의 카드로 이미 세계적인 그룹이었던 Blue를 출전시켰지만, 아제르바이잔에게 밀렸다. 이후 영어권 Bloc으로는 타 Bloc 3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아님 미국과 더불어 POP 시장을 양분 4하고 있는 영국에 대한 견제심리 때문에 표를 얻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그도 아니면 런던 올림픽에서 보여준 대로 아무리 Eurovison에서 죽을 쑤더라도, 영국 가수들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올해 역시 구색 맞추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5
5. 올해 투표 결과는 정말 예측하기 어렵지만, 이 것 하나만은 예측할 수 있다. 독일은 그리스에 1점도 주지 않을 것이고, 그리스 역시 독일에 1점도 주지 않을 것이다. Bingo
[Semi Final 이후]
7. 체코, 네덜란드, 마케도니아가 탈락이라니. 위에서도 썼지만, 예선에서 탈락했다고 해서 가수로서의 가치가 부정당한 것이 아님을, 당신의 무대를 사랑하는, 필자와 같은 사람이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8.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아이슬란드 대표 María Ólafs의 가창력이 많이 떨어져서, 솔직히 말해 잠자코 듣고 있기 곤란했다. Semi Final 2 참가 아티스트 중에서 가장 실력이 떨어졌으니, 체코도 떨어진 마당에 탈락하는 것은 당연지사. 다만 22살로 젊고, 긴장한 나머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부분도 있어보이는 만큼, 실력을 갈고 닦아 Eurovision 무대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7
9. 키프로스, 헝가리의 예선 통과는 의외였다. Eurovision에서 정통 발라드 곡이 예선 통과하기 쉽지 않은데, 작년 네덜란드가 2등을 차지한 것도 그렇고, 배심원 투표를 재도입한 것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다. 사실 관계 확인은 Final 이후에 발표되는 Semi Final 투표 결과를 보아야 하겠지만.
cf. 현재 Eurovision에서 시행하고 있는 투표 방식은 아래 동영상 참조.
10. 올해 Final은 1991년 이래로 가장 박 터지는 경쟁 구도가 만들어질 것 같다. 실제로는 스웨덴, 러시아, 이탈리아의 싱거운 3파전.
[Final 이후]
11. 프랑스와 스페인이 그렇게 낮은 점수를 받아야 했을까? 올해 Final에 자동 진출한 7개 국가 중 오스트리아, 오스트레일리아는 올해만 자동 진출하니 제외하고, 나머지 Big Five 중 이탈리아는 잘 나갔고, 영국은 받을 점수를 받았으며, 독일은 필자의 취향과 전혀 맞지 않으므로 논의에서 제외한다. 8
온라인 상에서는 프랑스의 처참한 성적을 둘러싸고 격렬한 키배 중. 프랑스 대표로 참가했던 Lisa Angell이 프랑스 라디오에 출현해 대회가 공정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프랑스 방송국 France 2에서 Eurovision 2016에 불참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9결국 참가하기로 마음을 바꾼 모양. 프랑스에서 올해 440만명이 Eurovison을 시청했고, 중간 광고로 거두어들이는 수익을 포기하기도 쉽지 않았을 터. 10
- 프랑스의 처참한 성적은 프랑스 음악, 나아가 프랑스 문화에 대한 모독이다.
- Eurovison에서의 투표가 정치・지리적 요소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 미・영 POP에 경도(傾倒)된 음악이 Eurovison의 주류가 되면, American Idol과 다를 게 뭔가.
VS
- 프랑스의 점수가 바닥을 기는 것은 노래가 '구식'이기 때문이며, 점수가 안 좋다고 Eurovision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협박은 어린애의 칭얼거림에 불과하다.
- 정치・지리적 요소에 의해 투표가 결정된다면, 유럽과 떨어져있는 오스트레일리아가 5위, 확실한 표밭이 네덜란드밖에 없는 벨기에가 4위, 프랑스 만큼이나 친구 찾기 어려운 이탈리아가 3위를 차지한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11
올해 프랑스 대표곡, 'N'oubliez Pas'을 맘에 들어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만약 김광석이 Asiavision에 나갔다가 꼴찌권에서 헤맨다면 한국을 무시하는가 싶어 화가 날 것 같기도 하고, 음악의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현대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프랑스를 벼랑 끝으로 모는 행위가 올바른 것인지 의문을 갖고 있다. Bloc 투표가 많이 완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북유럽 Bloc에서 스웨덴, 러시아권 Bloc에서 러시아가 괜찮은 노래를 내놓아 Bloc 이외에서도 표를 받았기 때문에, Bloc 투표가 묻혀보이는 느낌도 있고.
하지만 프랑스의 실패는 Eurovison을 대하는 전략적 사고의 부족과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 우월감에서도 찾아야 한다. 2010년대 Eurovison 최강자 스웨덴을 보자. 2012년 Loreen의 Euphoria (1위), 2014년 Sanna Nielsen의 Undo (3위), 그리고 올해 Måns Zelmerlöw의 Heroes (1위)에서 스웨덴을 느낄 수 있는가? 어느 누가 들어도 '프랑스 노래'라고 인지 가능한 노래를 들고 와서는 Eurovison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렵다. 올해 몬테네그로 대표 Knez 역시 발칸 반도의 정서가 물씬 묻어나는 곡, Aido을 들고 나와 44점, 13위를 기록했으나, 아제르바이잔(2), 아르메니아(8), 스웨덴(2)을 제외하면 모두 발칸 반도의 정서를 공유하는 국가들로부터 받은 점수다. 하물며 프랑스는 자신의 문화를 공유하는 국가가 유럽에 전무한 상황. 그럼에도 프랑스 정서 물씬 풍기는 곡을 들고 와서 좋은 성적을 받기 바라는 건 요행수다.
Eurovison이 생긴 이래, 단 한 번도 모국어 이외의 언어로 된 곡을 출품한 적이 없는 프랑스다. 그만큼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는 이야기지만, 프랑스는 유럽 역사에서 강자가 아니었던 적이 없고, 프랑스인의 문화 우월주의는 전세계가 다 아는 만큼, '우리가 이렇게 수준 높은 음악을 내놓는데, 좋은 점수를 주는 건 당연하지 않아?'라는 인상을 진하게 풍긴다는 게 문제다.
따라서, 눈 딱 감고 '이게 정말로 프랑스에서 내 놓은 곡이야?' 싶은 곡, '영어'로 된 곡을 몇 년 내 볼 필요가 있다. Eurovison 상위권을 위해서라면 작곡가와 작사가, 가수를 외국에서 불러올 수도 있다는 각오와 함께. 만약 결과가 여전히 처참하다면, 그 때는 Eurovision에서 빠져도 제대로 된 명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12
12. 중국이 Eurovison에 참여할지도 모른다고? 제발 아니라고 말해줘, EBU. 이건 Eurovison이지 Worldvision이 아니잖아. 13 14
13. 지금까지 Eurovison에 보내 준 성원에 힘입어 60th Eurovison에 출현할 기회를 잡았던 오스트레일리아. Eurovison에 남기 위해 꽤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모양이다. 오스트레일리아가 우승하더라도 대회는 유럽에서 개최하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EBU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모양이고. 돈 먹는 하마가 되어버린 Eurovison에 안정적 자금줄을 확보하고, 오스트레일리아 내 Eurovison 팬 층을 흡수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은데, 중국이 Eurovison에 참여하는 것보다는 훨씬 설득력있다. 15
14. 기대에 부응하여 올해도 죽을 쑨 영국은 내년 Eurovison 참가자를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대표로 출전한,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 Guy Sebastian이 5등을 차지하자, 영국 내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 및 우승자에 필적하는 활약을 펼친 아티스트에 접촉하여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모두 '독이 든 성배'라면서 거부하는 중이다. 나갔다가 성적 개판이면 어때까지 쌓아 온 경력 한순간에 날아가는데 누가 나서려고 하겠나. 이렇기에 필자는 2009년 5등을 차지했을 때의 그 노력을 계속 이어나갔어야 했다고 본다. 패배의 악순환은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여간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16
- 다른 하나는 Eurovision 2014 우승자, Conchita Wurst의 성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 [본문으로]
- ABU TV Song Festival이 존재하지만, Eurovision에 비하면 규모나 지명도 부분에서 많이 뒤떨어진다. [본문으로]
- 아제르바이잔은 석유빨로 우승했다며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본문으로]
- 북유럽 Bloc, 러시아권 Bloc, 발칸 Bloc 등. [본문으로]
- 음악 시장 규모로만 보면 일본이 Number 2지만, 일본 음악은 워낙 갈라파고스 성향이 강하기 때문. [본문으로]
- Wikipedia 영문판에 Eurovision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으므로, 본 Posting에서는 설명을 생략한다. [본문으로]
- Eurovision 2010에서 독일 대표로 출전, 우승을 차지한 Lena Meyer-Landrut는 2011년 대회에도 출전했다. [본문으로]
- France : 4 / 25, UK : 5 / 24, Germany : 0 / 27, Spain : 15 / 21, Italy : 292 / 3. (점수 / 등수) [본문으로]
- http://wiwibloggs.com/2015/05/24/lisa-angell-my-failure-injustice/96401/ [본문으로]
- http://eurovoix.com/2015/05/27/france-france-2-confirm-2016-participation/ [본문으로]
- Australia : 196 / 5, Belgium : 217 / 4, Italy : 292 / 3. [본문으로]
- 셀린 디옹(Celine Dion)은 캐나다에서 태어나 유럽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1988년 스위스 대표로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본문으로]
- Europe Boradcasting Union. Eurovison을 주최하는 단체. [본문으로]
- http://wiwibloggs.com/2015/05/22/china-hunan-tv-eurovision-participation/96106/ [본문으로]
- http://wiwibloggs.com/2015/05/21/eurovision-supervisor-australia-permanent-place/95873/ [본문으로]
- http://www.bbc.com/news/entertainment-arts-32884045 [본문으로]